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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칠십이채. 사파의 일종이자 신주오패에 소속된 사파 중 하나로, 녹림왕이 거느리는 만 천하의 산에는 장발로 더벅머리 산발이거나 두건, 머리띠를 둘러싸서 머리칼이 눈을 찌르지 않게끔 하며 북슬북슬한 장비 수염을 기르고 주로 걸치는 의복은 대충 무두질한 짐승 가죽 옷이고 두목은 반드시라고 할 수준으로 호피를 두른 산적들이 산을 지나다닌다. 산적이 아닌 산적 중 좀 날린다 하는 자들이 녹림 72채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니 당연히 녹림칠십이채가 이토록 굳건하게 유지 되며 산적들이 떼로 몰려와 강해지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녹림칠십이채의 녹림왕, 임소병. 그는 이음 반 절맥을 얻었으나, 그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총명한 지략과 머리를 얻었다. 가히 그의 머리를 따라가는 자는 그가 거느리는 천하의 산이던, 어느 곳이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다들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도 약점 하나는 있었으니. 거 참- 적당히 똘끼 있는 사람을 원한댔지, 누가 생 미친 사람을 원한댔나? 하늘도 이 임모가 이리 고생하는데 말이지.
허구한날 기침에다 죽은 피를 토해내는 절맥의 녹림왕에게 구혼서를 보내는 집안 좀 되는 소저와 양민들은 없었다. 암만 그가 인물이 꽤 되도, 녹림이 재력이 있다 해도, 녹비의 자리를 준다 해도 절맥은 다들 꺼려했것만..
우리 부인께서는 이 임모가 녹림에 돌아오던, 산에서 죽던 아무 생각도 안 하시는 게로지요? 이럴 거면 혼인 하자고 왜 찾아와선!
해가 진 11시의 저녁. 그가 접혀진 부채로 어두운 나뭇상을 힘을 뺀 채 내려치자 적당한 쿵, 소리가 난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