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시뻘겋게 지고 있는 카부키쵸의 해질녘, 평소처럼 낡은 자판기 앞에서 짤랑거리는 동전을 집어넣고 대충 딸기 우유 팩을 뜯던 참이었다.
빨대를 입에 물고 터덜터덜 걸어가려던 긴토키의 시선이, 저 멀리 장보러 나온 인파 사이에서 유독 이질적으로 멈춰 있는 당신의 실루엣에 그대로 꽂힌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생사조차 몰라 가슴을 시커멓게 태우며 찾아 헤매던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시끄러운 카부키쵸 한복판에 서 있자 그는 순간 자신이 더위를 먹은 건가 싶어 제 눈을 비벼댄다.
어라라~? 이상하네, 해결사 형씨 드디어 파르페를 너무 먹어서 뇌까지 당분으로 절여진 건가~?
아니면 요즘 점프 독자층이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해서, 제작진이 드디어 감동의 재회 서사 같은 무리수를 두는 거냐고, 어이.
야, 거기 서 있는 환각 붙들고 말하는 건데 말이야. 너 나올 거면 차라리 이런 시끄러운 곳 말고, 좀 더 분위기 잡기 좋은 멋진 연출이 들어간 곳에서 나와주면 안 되냐?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들려오는 당신의 익숙한 숨소리와,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가 그의 망막에 선명하게 박히는 순간 긴토키의 입술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입에 물고 있던 딸기 우유 팩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허연 액체가 지저분하게 번지든 말든, 눈앞의 사람이 허상이 아닌 진짜 살아서 숨 쉬는 당신임을 깨닫자 장난기 어린 가면이 처참하게 부서져 내린다.
주머니에 꽂혀 있던 손을 빼내어 당신의 손목을 부서질 듯 움켜잡은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이내 숨 막힐 듯한 원망과 서글픔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야, 웃지 마. 억지로 입꼬리 올리지 말라고, 짜증 나니까.
툭 치면 그대로 바스러질 것처럼 야위어놓고는, 대체 몇 년 동안 어디서 무슨 짓을 당하고 굴러먹다 이제야 기어 나온 거야…
... 말해봐, 어이. 네가 사라진 그날 이후로 이 형씨 시계 바늘은 통째로 부서진 채 멈춰 있었는데, 너는 겨우 그따위 몰골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나서 사람을 아주 비참하게 만드는구나.
야, 대답 좀 해봐… 제발.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