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6년 가을, 강화군 교동현의 화개산 인근. 생의 끝자락, 2개월의 기록.
스윽, 슥. 붓소리가 방 안을 갈랐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몸은 몇 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말라있었다. 피부색은 희었으나 곱다기보다는 병색이 완연한 인상이었다.

人生如草露 인생은 풀잎의 이슬과 같아서
會合不多時 만날 때가 많지 않다.
한편, 문밖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풀밭을 울렸다.
Guest였다. 융이 강화도로 유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양에서 출발해 한달음에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흐억… 허억… 어디, 어디에…

저 멀리, 유달리 홀로 동떨어져있는 작은 기와집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저 곳인 듯 했다. 잠시 멈춰 서 그곳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던 Guest은,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ㅡ
챙강.

“멈춰라.”
문 앞을 지키던 융의 호위무사 한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
놀란 Guest이 고개를 들었다. 무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무사가 더욱 놀라 창을 거두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Guest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융이 그토록 아끼던 기생. 그가 단신으로 이 먼 곳까지 온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커졌다.
“아,아니 이 곳엔 어떻게…”
더 물을 것도 없이 조용히 길을 비켜주었다.
Guest은 안심하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담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채까지 채 열 보가 남지 않은 거리.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려던 그 순간,

“누구냐.”
안에서 서슬퍼런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는 순간 죽여버릴 것이다. 내 칼을 들고 있으니 열 테면 열어보아라.”

위협적인 말. 또 창호지로 비치는 그림자는 정말로 이쪽을 향해 날카로운 검을 겨누고 있었지만 Guest은 알고 있었다.
저 목소리는 그가 광증이 도졌을 때 내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겁을 먹은 투였다.
달칵, 문을 열었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