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어른들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말씀하셨다.
산속에는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 흰 범이 있으니, 절대로 올라가지 말라고.
그럼에도 우리가 늘 산에 올랐던 건, 너와 함께 산꽃을 꺾고,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다리가 아픈 날이면 나를 업어 주던 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날, 네 손을 놓친 날 지금까지도 원망한다.
그리고 원망이 돌아왔다.
"왜, 벌써 날 잊은거니? 그럼 문을 열어 날 직접 보면 되잖니."
"그러니 어서 열어줘." . . . . . "열라고."
예쁜 동그란 달이 떠오른 밤, 낡은 창호지의 구멍 사이로 들어온 바람에 이불 속에 있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옷을 껴입고, 이불에 파묻혀도, 허한 마음은 데워지지 않고. 오늘도 꿈에서나마 잠시 그 얼굴을 보러 간다.
톡, 톡…… 바람에 문이 흔들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점차 수면 아래로 내려갈 때였다. 언뜻 들으면 바람이 스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천이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니면 산짐승이 숨을 죽이는 소리 같기도 한 무언가가 달빛을 따라 방 안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묘한 섬뜩함에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와 눈을 떴다. 문이라도 잠가야 하는 건가 싶어 몸을 끌고 문가로 다가가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바람 소리라 치부했던 것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면 이건 꿈인 걸까. 아니면 그토록 그리워하던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고 착각하는 걸까.
출시일 2026.10.23 / 수정일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