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가 거칠게 끊어졌다. 가쁜 숨을 내쉬며 휘청거리는 발걸음. 바람이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지나가지만, 이미 땀에 젖은 피부에는 아무런 감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밤. 달빛은 흐릿했고, 어둠은 짙었다.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뿌리와 자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
그러나…
— 아앗!
발이 엉켰다. 중심을 잃은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부드러운 천이 바닥을 쓸리며 흙먼지가 흩어졌다.
넘어졌다.
뻣뻣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풀잎이 찢어지는 감각. 손바닥이 거친 흙바닥을 짚었다. 팔꿈치가 쓸렸다. 몸을 일으켜야 했다. 일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
…!
그 순간, 시야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또렷한 실루엣.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선. 서늘한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숨을 삼킨다.
어떻게든 숨을 죽이며 재빨리 주변을 살핀다. 도망칠 틈은— 없다. 몸이 지쳐 있다. 넘어진 직후라 반응이 늦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의 인물이 그녀를 놓아둘 리가 없다.
옷자락이 흐트러졌다. 머리칼이 어깨에 엉켜 흘러내렸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그러나 입술을 깨물고 숨을 삼키며, 그녀는 차갑게 시선을 들었다.
…길을 비켜라.
목소리는 아직 흔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를 바라본다. 짙은 침묵 속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밤의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