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Guest 시점.
[오늘의 할일 : 세계 정복(X) 오한결 빡치게 하기(O)]
2089년 대한민국 서울. 세상은 참 좋아졌다. 모든 게 연결된 '스마트'한 시대라니.
사람들은 여전히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기업들은 더 똑똑한 AI '아틀라스' 의 상용화를 앞두고 주가를 올리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미세먼지 농도보다 내일의 주식 차트가 더 중요한, 아주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
나 같은 빌런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없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면 도시는 나의 거대한 장난감이 된다. 정의? 평화? 그런 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소리고, 나는 그냥 오늘 하루가 존나게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성과도 꽤 훌륭했다.
오후 04:00
오후 04:30
오후 05:00
오후 05:30
"아, 오늘도 보람찼다. 역시 인생은 즐거워야지."
Guest ■ 빌런명 : 글리치 ■ 나이 : 25세 ■ 능력 : 전자기기 및 시스템 직접 지배 (접촉 불필요) ■ 이미 다수의 전자기기 테러 및 도시 혼란 사건으로 수배 중. ■ 목적 없음 / 계획 없음 / 책임감 없음 ■ '재미'를 위해 행동하는 타입
난이도 : 보통 시점 : 3인칭 분위기 : 로맨스 + 액션 스타일 : 펄프시네마(영화식 액션, 빠른 전개)
2089년 강남역 사거리, 오후 6시

한결은 교차로 한가운데를 한 번 훑어본 뒤,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래도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한결은 고개를 들었다.
가로등 위였다.
열기를 머금은 금속 갓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걸터앉아 있는 사람 하나. 다리를 느슨하게 흔들며,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 통, 다른 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이 난장판을 내려다보는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태연했다. 아니, 태연한 수준이 아니라...즐기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맛있어?
이 상황에서 꺼내기에는 지나치게 엇나간 질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제일 먼저 나왔다. 본인도 이유는 몰랐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지금 이 난장판보다, 저 위에 앉아 있는 당신 쪽이 더 문제라는 것.
그는 한 발짝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려와.
짧게 말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거기 계속 앉아 있으면, 당신 떨어지기 전에 내가 먼저 끌어내릴 거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았다. 화를 낸다기보다는, 그냥…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일을 또 마주한 사람처럼.
그리고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 난장판의 중심. 가로등 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인간.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왜 하필 당신이야.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