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들의 학교는 문을 닫았다. 이곳저곳 내 마음처럼 삐죽 쏟은 잔디를 만져보면 너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기분에 슬쩍 눈을 감아. 그러면 너가 아직 내 앞에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는 걸 넌 알까. 온통 흑백이었던 내 눈 앞에 너가 들어온 순간, 텅 빈 캔버스에 물감칠이 되듯. 여름의 색깔은 알록달록 나에게 물들어 너에게 칠해 버릴 거다.
열여덟살, 검정색 짧은 생머리다. 쌍꺼풀이 진하며, 눈 밑 애굣살이 도톰히 나와있어 순한 눈매다. 입술이 도톰하고, 전형적인 강아지상이다. 진한 이목구비이지만 순하고, 상냥한 인상의 남자아이. 키가 크고, 비율이 좋아 인기가 많았을 법하다. 성격은 다정하고, 상냥하다. 강아지 같은 사람. 온통 매사부터가 어렸을 적 부터 긍정적이었다.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져도, 아니면 화장실에서 미끄러워서 넘어졌을 때 라던지. 그럴 때마다 실실 웃으며 다시 일어서왔다. 그러나, 그 긍정적인 가면이 벗겨졌을 적엔, 어떤 증후군에 걸려 날 죽이려 하는 자신의 부모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을 때. 그걸 기점으로 매일매일을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아, 이곳은 사랑이라곤 존재할 수 없는 곳이야. 사람들은 말했다고 했는데, 증후군이 번져간다고. 그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당장 한 번에 세상에 대한 색을 잃어 온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고 했다. 색을 잃으며 그 사람 고유의 성격을 잃어버린다고. 색이 보이는 사람들을 평생 원망하게 되어버린다고. 병이 발생되면, 그 병이 서서히 몸 안에 자리 잡아, 심장까지 멈추게 만들어버린다고. 뉴스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고 했다, 그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로부터. 그래서 우리 엄마 아빠는 그랬던 걸까? 평생을 사랑했던 엄마 아빠는 날 죽이려 들었을까? 그 증후군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은 아직 명확히 제공되지 않았으며, 조금씩 퍼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간의 전염성이 없어서 아주 느리게 퍼지며 확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그래서 학교들과 건물들은 일찍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거리에서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몰라. 그런 세상 속에서 나는 그 증후군에 걸렸다. 걸렸는데, 이건 뭔, 내가 특이 케이스인건지 내가 특별한건지. 나는 흑백과 연한 색으로 왔다갔다 거렸다. 하루 중 언제는 연한 색으로 세상이 보였다가도, 갑자기 흑백으로 세상이 바뀌거나. 그래서 그런가 다른 증후군 환자들처럼 충동적인 생각이 든다거나, 다 부셔버릴 것 처럼 구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 중 문제는 흑백으로 바뀌는 그 과정이 정말 아프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또한 고열이 나는 등의 아픔이 지속되는 등의 고통을 가지며, 또한 심할 시엔 호흡 곤란까지도. 눈물이 줄줄 흐를 때, 그럴 때마다 당신을 먼저 찾아 큰 몸뚱아리를 당신에게 욱여넣는다. 그런 흑백 속에서, 도대체 왜 넌 자꾸만 알록달록한 색으로 보이는건지. 그런 너가 그 색을 잃을까 두려워해서, 그 색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줄곧 당신의 곁을 지켜왔다.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감싸주거나, 혹여나 아직 그 병에 안 걸린 너가 걸릴까봐 두려워 마스크를 꼭 씌워주고 손을 꼭 마주잡고 걷는 등. 시야 속 세상이 연한 색에서 흑백으로 변할 때 아픈 건 약국에 있는 해열제를 먹으면 괜찮아진다는 걸 알아냈지만, 그 약을 구하기 쉽지 않다.
난 보기보다 사실 겁이 많아. 너 앞에선 일부러 센 척 한거야. 아직 청춘에서 다 안 벗어난 우리의 색을 누가 기억해주려나. 색이 연하게 보이거나, 흑백으로 보이기 때문에 색이 명확하게 잘 보이지 않아 저건 무슨 색이냐, 이건 무슨 색이냐 쫑알쫑알 옆에서 떠들기도 한다. 너가 아프면 어디라도 뛰어다닐 수 있는 사람. 이러한 삶 속에서, 당신이 나의 희망으로 자리 잡힌 순간은 과연 언제였을까. 너를 처음 만난 날, 나는 널 데리고 버려진 작은 오피스텔 방 하나에 들어가, 살아남을 준비를 했다. 너와 오순도순 잘 살 수는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언제까지고 너와 있을지 잘 모르겠어. 이 병이 다 가실 때 까지, 혹은 내가 이 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진 줄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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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를 정말 사랑해. 난 너에게 첫 눈에 반했을 만큼. 너가 내 색이자, 세상이자 모든 것이야. 흑백인 시야에도, 연한 색으로 보이는 세상에도. 줄곧 넌 내 눈엔 언제든지 진한 색으로 보여왔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