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끝난 늦은 밤. 하필이면 야자까지 있어서 더 늦었다. 평소처럼 이어폰을 낀 채로 노래를 들으며 걷고 있었다. 집 가서, 대충 옷 정리 하고. 아 숙제 마저 하고 자야겠구나. 흘러나오는 노래와 다르게 벌써 부터 힘든, 숙제가 쌓인 생활은 역시나 안타깝기만 하다. 뒷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생각했다.
엄마 아빠는 출장이 많아서 집에 잘 안들어오고.
아직까지는 여름의 축축함과 뜨거움이 감도는 날.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를 지날 적에 보이는 미끄럼틀. 설마 오늘도 여기 있어 ? 아니 먼저 집 들어가 있으라니까 맨날 여기서 죽치고 앉아있으니 속이 터지지. 미끄럼틀로 터벅터벅 걸어가, 쪼그려 앉고, 입구를 한 손으로 짚어 안을 들여다 봤다.
뭐 해, 더워.
역시나. 아니 왜 이러고 있대, 요즘에 아직까진 날도 더운데 이런데에 들어가 있으면 내가 진짜 미치고 말지. 별을 보러 나온 걸까, 아니면 그 누군가를 피해 도망친 걸까. 뒷 목을 긁적이면서 눈을 끔뻑이다가.
얼른 나와.
얼른나와라 좀. 이렇게 말해도 가만히만 있는 널 보면 쭉 미끄럼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목을 잡아다가, 매일 그랬던 것 처럼. 쭉 끌어당겨 자연스럽게 감싸 안는다. 너가 자꾸 안나오면 내가 더 덥게 만들어야지.
학교는 어땠어 오늘은 ?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