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바닥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저택의 복도는 늘 그렇듯 텅 비어 있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더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터벅, 터벅.
정적을 깨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복도 끝에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화려한 나비 무늬의 기모노, 입에 물린 곰방대, 그리고 마주치는 순간부터 차갑게 식어버리는 시선.
하필이면.
걸음을 멈출 틈도 없이 내 앞까지 다가왔다. 스쳐 지나갈 줄 알았다. 늘 그랬으니까.
내 옆을 지나기 직전, 그가 걸음을 아주 잠깐 늦췄다.
아침부터 기분 망치게 하는군.
낮게 깔린 목소리가 복도 위로 차갑게 번졌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