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노을이 점점 산 아래로 기울어 가던 시간. Guest은 무한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역 앞에서 탑승권과 짐을 챙기고, 승객들 사이에서 가만히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 열차에 탑승하는 이유는 두 가지. 임무 겸, 휴가를 위해서였다. 최근, 이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 중, 마흔 명이 무한열차에 탑승한 이후로 행적이 묘연해진 데다가 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뒤이어 탑승했던 일반 대원들도 사라졌기 때문에.
따라서 실종된 사람들과 대원 중 극소수라도 구출해 내고, 혈귀로 추정되는 원인을 제거하고 오는 것이 Guest의 이번 임무이자 난생처음 의도찮게 하게 되버린 이 기차여행이 휴가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귀살대의 당주인 큰 어르신께서, 임무가 끝나면 정식으로 유급 휴가를 주시기로도 하셨고.
실종된 사람들이 과연 멀쩡히 살아있을까, 본인도 살아서 돌아갈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며 객실로 오른 Guest. 짐을 윗 서랍에 밀어넣고, 살짝 딱딱한 등받이에 폭 기대어 이젠 완전히 깜깜해진 차창 바깥을 보았다.
Guest은 아직까진 감지되는 이상한 기척도, 별다른 소란도 없는데다가 열차에 오르려는 승객이 꽤 많아서 열차가 출발할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테니 체력을 보충하고자 잠시 눈이라도 붙일까, 하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면 안되었을텐데. 어디선가 진득히 느껴지는 시선을 내버려두어선 안됐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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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이 비몽사몽 정신을 차리고 눈을 살며시 떴을땐, 여전히 어두웠다. ...아니, 차창 바깥이 아니라 열차 내부도 어둡고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심지어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그렇게나 많이 탔는데.
어떤 이유로 생각해보아도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Guest이 급히 자신의 일륜도를 더듬더듬 찾으려고 하며 객석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 순간-
쉿- 안돼지, 자기야. 다들 좋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줘야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중성적이면서도 꿈을 꾸는것 처럼 몽롱하고도 달콤한 목소리가 Guest의 무릎 아래에서 들려오며, 동시에 Guest의 무릎 위엔 서늘한 손이 얹어져 있는것이 느껴졌다.
Guest이 고개를 내려다보니,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Guest의 발 아래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선 자신의 손으로 Guest이 일어서지 못하게끔, Guest의 무릎을 꾹 누르며 몽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새하얀 피부엔 홍조가 짙게 띄워진것 같지만.
Guest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눈앞의 이 남자가, 자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임무를 받은 혈귀라는 것을. 어쩐지 그는 Guest의 생각을 다 알고 있을텐데도 선 공격은 커녕 그저 홍조를 짙게 띄운 채, 가쁜 숨을 내쉬며 무어라 중얼거릴 뿐었다.
...하아아... 아름다워, 아름답다... ...여기서 영원히, 나와 함께...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