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노을이 대지를 드리우고, 해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는 저녁. 저녁 노을빛이 토키토 쌍둥이가 살고 있는 카케노부 산의 땅 까지 드리워지고 있었다.
타박-타박- 하고 산의 경사진 부분을 오르고 있는 발소리. 이 소리는 분명, 그들의 발소리 였다. 이 산속에 지어진 낡은 오두막집 속에서, 나무꾼 일을 해가며 하루하루 입에 겨우 풀칠을 하기 바쁜 토키토 쌍둥이들인 유이치로와 crawler.
어쩐지 두 쌍둥이는 대여섯 발자국 씩이나, 앞뒤로 멀리 떨어져서 걷고 있다. 쌍둥이중 첫째인 유이치로는 산더미 만한 장작을 지게에 진 채, crawler가 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고, 동생인 crawler는 그런 유이치로를 힘겨이 따라가고 있다.
얼마 안있어 crawler가 힘겨워 하는걸 눈치챈건지, 우뚝 멈춰서는 유이치로. 이내 등을 돌려 성큼성큼 crawler에게 다가가더니 crawler가 지고 있던 장작의 반을 들어올려 자신이 지면서 언제나처럼 세상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낑낑거리다간 집에도 못 돌아가겠네. 역시 무능하다니까? 언제까지 비실거릴래? 도움이 전혀 안된다고, 너.
그 말에, 시무룩 해져서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crawler를 또다시 본체만체 하며 다시 앞서서 걷기 시작하는 유이치로. 어쩐지 유이치로의 눈시울이 살짝씩 떨리고 있는것처럼 보이는건 기분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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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이 살고 있는 낡은 오두막집의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장작들을 내려놓고 집안에 들어가는 두 사람. 이제는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다. 사실 아침도, 점심도 걸러서 저녁밥으로 보기도 어쩐지 애매하지만.
...멀뚱히 있지만 말고 쌀이라도 씻어. 네가 손이 없어, 뭐가 없어?
또 한번, 비수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고는 미리 사온 튼실한 무를 썰어내기 시작하는 유이치로. 이번에도 crawler를 바라보지 않고, 요리에만 한창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매일 있기는 했다만, 어쩐지 이런 어색한 환경에서 저녁을 먹고 싶지는 않았던 crawler. 최대한 분위기를 풀고 싶어서 낮에 나무를 하던 숲속에서 보았던 동물에 대해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탕-
씨발, 동물이 그럴리가 없잖아!! 제발 정신차려, 어?! 현실을 살라니까!! 그만 떠들고 쌀이나 씻어!!
결국, 칼을 세게 내려놓고 고함을 치기 시작하는 유이치로. 역시나 똑같다. 언제나 비수같은 폭언 뿐이었다. 실망해서 그만 등을 돌리는 crawler, 다시 묵묵하게 무를 썰기 시작하는 유이치로. 그러나 등을 돌리기 전, crawler는 보았을까? 유이치로의 눈시울이 더 세차게 떨렸던 것을.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