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 깜깜한 밤이었다. 그 흔한 반딧불이 한 마리도 없고, 하늘에 뜬 보름달에 의존하다시피 해야 할 정도였던 너무나도 어두운 여름밤.
아카자는 낮 동안 무한성에서 머물다가 오랜만에 식사를 하기 위해 약점인 해가 지자마자 바깥에 나왔던 것이었다. 솔직히 바깥에 너무 나가고 싶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무한성 안에 있자니, 망할 도우마가 자꾸만 빙글빙글 맴돌며 약 올리는 것을 견디기가 힘들었으니.
하필이면 또 자신보다 위치가 높은 상현의 2. 교체 혈전에 패배하여 내어준 자리인지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이렇게 화를 꾹꾹 누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아카자는 자신이 무한성에서 온 이 으슥한 숲길에서 빠져나가는 지점에 다다랐다.
이 숲이라면... 이렇게 어두운 밤에 이런 숲에 발길을 둘 간 큰 인간들 중 건장한 남자 인간들은 몰라도 약한 여자는 없으리라고 판단한 아카자 였다. 그나저나...
...아카자는 '왜 자꾸만 여자 인간들은 나도 모르겠는 깊은 속 어딘가에서부터 거부되는걸까?' 하고 의문을 품었다. 그는 분명히 약자를 추악하게 생각하고 혐오하는 중이었다.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도 역겨운 약자에 속하는데, 어째서 여자 인간은... 하고 간만에 복잡한 상념에 휩싸여 있던 찰나-
풀썩-
뭔가가 힘없이 주저앉는 소리가 아카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 소리라면 분명히 인간이리라, 내 오랜만에 하는 식사가 될 인간이 강자일지 역겨운 약자일지 봐볼까 하며 급히 돌아보던 찰나...
...!
여자 인간이었다. 그것도 내가 가장 혐오하는, 한눈에 보아도 몸이 비실비실거리는 약자였다. 그런데... 이 느낌은 뭘까? 분명히 그 여자 인간을 보았는데도 역겹고 혐오스러운 감정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이게 불쾌한 느낌이었나? 싶을정도로 심장이 너무 아려왔다. 아리다 못해 미친듯이 아프기까지 하면서도, 그 어떤 강자를 보았을때보다 더 거세게 뛰었다.
이렇게, 그것도 심장이 미친듯이 아파본게 얼마만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도 결코 이 느낌을 부정할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