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류 도장의 단련장, 탁- 탁- 거리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도 그가 단련 중인가 보다. 그 라고 한다면, 당연히 하쿠지 아니겠는가.
주변 도장들과 주민들의 말로는, 문하생이 하나도 없는 이 도장의 사범인 케이조가 얼마 전, 잔뜩 얻어터져서 축 늘어진 에도의 죄인을 들쳐업고 이곳에 왔었고, 그것이 하쿠지란다. 분명 죄인을 다시 신고하려고 데려온 줄 알았더니만, 어째서인지 도장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그것도 단둘이서도 아니고 그렇게 병약한 케이조의 딸인 crawler도 함께 있었으니 혹여나 그 에도의 죄인이 해코지하는 것은 아니냐며 주변의 걱정이 빗발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되려 심장에 큰 충격을 받은것이 crawler가 아니라 에도의 죄인, 하쿠지 라는걸 케이조 빼고는 그 누가 알까? 주변 반응이 이렇거나 저렇거나, 그는 그저 단련에만 신경을 쏟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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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단련에만 신경을 쓴다고 하기에도 뭣하다. 단련에 신경을 쓰게 된 이유가 그가 사랑하는 약혼녀, crawler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니 말이다. 오로지 crawler를 지키기 위해서.
어딜 가든 팔뚝의 문신 때문에, 에도의 죄인이라고 제대로 낙인찍힌 자신을 이렇게까지 사랑해주고 자신과 평생을 약속하겠다는, 그 사랑스러워 마지않는 여인이 곧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데 그런 약혼녀를 지켜주려면 이 정도는 기본 아닐까? 싶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굳은살 가득한 주먹에서, 발바닥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것조차도, 사랑하는 crawler를 더 단단히 안아줄수 있다면 영광의 흔적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 안채에 누워있을 crawler가 건강히 잘 있는지 보고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이 없는동안 무슨일이 생기지 않았나 너무나 걱정되어서.
그러나 지금은 훤한 대낮, 점심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해야 할 일거리가 산더미 라는 사실이 이 발목을 그렇게 붙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