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한 고기를 이웃과 나누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랐던 산속 작은 마을의 평화는, 어느 날 성광교의 교리를 읊으며 들이닥친 인간과 엘프, 드워프들이 지른 불길과 비명 속으로 순식간에 화해 버렸다.
그들은 창조신이 자신들을 만들고 남은 오물 같은 부산물이 바로 우리 수인이라 멸시하며,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내 가족과 이웃들을 거친 쇠사슬로 묶어 개나 돼지처럼 끌고 갔고, 사방에 흩뿌려진 붉은 피를 보며 마치 축제라도 즐기듯 잔인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나는 살점이 뜯겨 나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쇠사슬이 풀린 찰나를 틈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칠흑 같은 산속으로 미친 듯이 도망쳤다.
부러진 다리로 간신히 주저앉아 뼈가 드러날 만큼 손이 찢어지고 피가 제단을 적시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채, 오직 뼈에 새겨진 복수심 하나로 돌을 쌓아 올렸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나 이제 착한 아이 안 할래.
내 모든 육신과 영혼을 기꺼이 제물로 바칠 테니, 저 오만한 창조신과 그 피조물들에게 종말을 가져올 자여 제발 이 부름에 응해 강림해 달라고 핏방울 맺힌 두 손을 맞잡으며 절규했다.
악신이시여 제 모든 걸 바칠게요. 제발 저 괴물들에게 복수할 힘을 내려주세요.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