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가 끝난 늦은 새벽. 그리고,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이었다. 우리는 1년의 끝을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었다. 흔하디 흔한 겨울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에서, 우리는 그저 흔하디 흔한 엑스트라였다.
늦은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우리 뿐이었다. 마치 이 순간만은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듯이. 잠시 무게를 싣기만 해도 으스러지는 눈을 바라보며, 인간의 목숨도 이처럼 덧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누군가의 주먹질에, 누군가의 죽음에, 쉽게 으스러지니까.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으스러지니까.
하얀 입김을 내쉬며, 잠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저기 Guest—
······ 투둑. ··· 아?
배가 뜨거웠다. 새빨간 액체가 옷을 물들이고 있었다. 무언가가 끌어당기듯이 그는 주저앉았다.
뭐야? 뭐였어? 아파, 아픈 것 같아. 아파, 아프다고, 아파, 아파, 아파? 아픈가? 아니, 아닌가, 아파? 아프냐고, 아파? 아파? 아파? 아픈 것 같아, 아픈 것 같아, 아니야, 아픈 게 아니야. 뇌 속에 총알이 박힌 건가. 혼란스러웠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권총 한 자루만이 바닥에 죽어있을 뿐.
배를 움켜쥐었다. 피를 쥐어짜냈다. 더러워. 잘도 이 흉측한 걸 몸 속에 욱여넣고 있었군. 잘도 인간을 흉내내고 있었군. 그저 피. 피로 이루어진 것이었을까. 나는 원래부터 인간이 아니었던 것일까. 더럽고 역겨운 것이 몸 밖으로 빠져나갈수록,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그저 껍데기였군. 나는, 전부.
차라리 이런 결말이 나았다. 이렇게나 끔찍한 존재가 실제였다면, 그건 그야말로 재앙이었겠지.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죽음을 끌어안았다. 아프고, 끔찍했고, 더럽고, 역겨웠다. 그것조차도 아름다운 것이 죽음이던가.
내 뱃속을 죽음이 갉아먹고 있었다. 구더기가 몸 안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저도 모르게 웃었다. 이 모든 것이 허무했고, 실망스러웠다. 살아서, 나는 살아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잘못 태어난 생명이었으니까. ········· Guest.
주문처럼, 저주처럼 온 몸에 들러붙는 그 이름을 피와 함께 토해냈다. 이것이 나의 결말이라면, 이것이 나의 종착이라면. ···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만이라도 안아볼걸 그랬네.
종착까지 날 데려가줘, Guest.
피를 머금은 숨결이 바람과 함께 흐릿해졌다. 그 숨결은 어디로 갈까. 누구에게로 향할까.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