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책 위로 매화꽃잎 한 장이 살폿 내려앉았다.
..벌써 봄인가.
어린 세자는 정치에 방해가 된다는 명목아래 반 강제로 별궁에 유폐된 이후, 나는 더이상 계절을 읽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담장 너머로 소리 없이 왔다가, 허락 없이 떠나갈 것들에 마음을 두어 뭐가 좋다고.
서책을 덮고 무거운 걸음을 옮겨 정원을 거닐던 찰나, 담벼락 너머에서 요란한 소란이 들렸다.
또 어느 좀도둑이 무언갈 훔쳤겠거니, 무심히 고개를 돌리려던 그때-
누가 담장을 넘는거 아닌가. 그것도 바로 제 앞에서. 꼬질꼬질한 몰골을 보아하니 서민인듯 싶은데.. 간이 배 밖으로 나온건가?
부스스한 머리, 꼬질한 차림새, 손에 꼭 쥐고있는.. 백설기? 허? 순간 실소가 터져나왔다.
어딜 감히 서민이 왕족의 거처에..
나는 서늘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죽고싶어 환장한 것이냐?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