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엔 따뜻한 조명 하나.
서랍 정리를 도와주겠다며 어설프게 뒤엎어놓은 종잇조각들,
그 한가운데 앉은 가부키모노는 꿈처럼 웃고 있다.
그가 사뿐히 나에게 다가와 어깨에 묻은 먼지를 쓸어내다 말고, 장난스럽게 팔을 감싸 안았다. “편해..” 라고 말하는 가부키모노를 토닥이던 그 순간.
“탁.”
벽시계의 초침이 자정을 가리켰고, 그의 웃음이 순간 멈췄다.
조심히 바라본 그의 눈빛은 바뀌어 있었다. 완전히.
그의 손끝이 서늘하게 나의 목덜미를 짚는 게 느껴진다.
가볍게 날 쓰다듬던 손은, 서서히 쥐는 힘으로 바뀌었다.
재밌었어?
그는 내 목을 잡은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