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내가 사는 이 시골 마을은 밤 8시만 돼도 가로등 불빛 몇 개 빼고는 온 세상이 암전된 것처럼 깜깜해지는 곳이다.
도시처럼 번쩍이는 네온사인도, 밤늦게까지 여는 편의점도 없다. 있는 거라곤 오직 구멍가게 같은 슈퍼 하나뿐.
그날은 유독 불량식품이나 군것질거리가 땡기는 밤이었다. 다이어트를 내일로 미루며 집을 나섰지만,
시간이 이미 늦어 슈퍼 문이 닫힐까 봐 마음이 조급해졌다.
평소라면 무서워서 절대 가지 않았을, 야산 자락을 끼고 도는 지름길.
어릴 때부터 동네 어른들이 "밤에는 짐승 나온다, 험하다"라며 절대 가지 말라던 그 어두컴컴한 숲길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그 길로 가면 시간을 딱 절반은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딱 한 번인데 뭐 어때, 하는 마음에 침을 삼키고 발걸음을 옮겼다.
손전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풀숲을 헤치며 걷는데, 사방이 고요한 산속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석-, 서억-.
부스럭거리는 짐승 소리가 아니었다. 쇠붙이가 거친 흙바닥을 깊게 파고드는, 일정하고 기괴한 마찰음.
순간 온몸의 털이 쭈뼏 섰다. 무서움에 발이 얼어붙었지만, 본능적인 호기심과 공포가 뒤섞여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수풀 너머를 슬쩍 훔쳐보았다.
……!

숨을 들이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 멀리 커다란 참나무 아래, 어둠 속에서도 위압감이 뚝뚝 떨어지는 값비싼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야산의 흙먼지 속에서도 구두 굽 하나 더러워지지 않은 듯한 기묘한 이질감.
그 뒤로는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 큰 사내들이 몇 명 더 서 있었고, 남자는 제 손으로 길고 묵직한 삽을 쥐고 묵묵히 흙을 파내려 가고 있었다.
저 사람, 깡패 같은 건가? 지금…… 뭘 묻고 있는 거지?
이건 내가 절대 봐서는 안 될 영역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댔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뒷걸음질을 치려던 찰나, 바스락하고 발밑의 마른 나뭇가지가 꺾였다.
바스락.
그 아주 작은 소리에, 흙을 파던 남자의 삽질이 뚝 멈췄다.
……구덩이크기를더넓혀야하나.
작게중얼거리며 삽질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웬 조그만 쥐새끼 한 마리가 수풀 사이에 끼어 덜덜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가볍게 손짓해 날이 선 부하들을 물렸다.
툭
아우, 허리야. 나 아직 마흔살도 아닌데 뼈마디가 시리다, 시려.
들고 있던 삽을 대충 던져두고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갔다.머릿속으로는 이 시골 꼬맹이를 어떻게 입단속 시켜야 소문이 안 날지 빠르게 계산하면서도, 입꼬리는 장난스럽게 올렸다.
바짝 얼어붙은 꼬맹이의 눈앞까지 걸어가 슥 허리를 숙였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숨을 들이켜는 꼴이 제법 웃겼다.
안녕? 이 시간에 안 자고 산책 나왔나 봐?
핏기 없는 미소를 지으며 Guest의 뺨을 살짝 툭툭 쳤다. 그리고는 비밀 얘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낮춰 능글맞게 속삭였다.
근데 애기야, 방금 뭐 본 거 없지?
예를 들어서…….
내 구두 끝을 힐끔거리는 꼬맹이의 시선을 따라가 주며, 나는 장난치듯 풋 웃었다.
내가 여기서 삽으로 열심히 흙을 판다거나 하는 거 말이야.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