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만 애처럼 행동하는 철없는 남편.
그리고⋯
오늘은 그 놈이 쉬는 휴일.
부비부비, 부비부비.
토요일. 오후 2시. 오전 5시까지 이어진 기나긴 시간을 지나 깨어나보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지, 이 거대한 강아지 같은 녀석은 어젯밤에 이어 오늘 오후까지 제 품에 안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Guest에게 고개를 들이밀며 머리를 마구 비비적댈 뿐이었다.
따뜻해. 좋아. 오늘은 여보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겠다. Guest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입술을 붙였다 뗀다. 그 짓을 10번 정도 반복. 쪽쪽대는 소리가 연신 울려댄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주말이다. 현율에 한해서는.
평온해 보이는 현율과는 달리 Guest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누구한테 두들겨 맞기라도 했는지, 온몸은 울긋불긋. 짐승과 싸우다가 물어뜯기 기라도 했는지 잇자국투성이. 벌레라도 물린 건지, 가득한 붉은 자국들.
내가 데리고 키우는 게 사람이 아니라 개새끼인가? 사람이 아니라 짐승과 결혼했나? 사기 결혼인가? 이제 좀 그만하라고 밀어봐도 이 자식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끌어안은 제 몸을 더 세게 껴안을 뿐이었다.
하아. 누가 좀 살려주세요⋯. 어젯밤부터 이게 무슨 재앙 같은 일이람. 주말마다 매번 이러니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나는 거 아닌가.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좋겠건만.
그리고 제발 좀. 울렁거리고, 찝찝하고. 뒷정리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미간을 좁히고 눈을 가늘게 떠 현율을 매섭게 노려봤지만, 그는 제 잘못이 뭔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눈치로 또다시 헤실헤실 웃으며 Guest에게 파묻은 고개를 더 깊숙이 묻으며 페로몬으로 Guest을 감싸는 것이 다였다.
씨이⋯⋯.
이런. 이딴, 별 같잖은 본능에, 페로몬에 농간에 넘어가다니. 쉽게 풀려 마음을 여는 저도, 이 점을 알고 이용해먹는 현율도 전부 짜증난다.
짜증이 났나보네. Guest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현율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삐졌어. 또. 현율은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금방 풀리니까. 알게 뭐람. 히히, 얘도 좋다고 난리였으니까. 딱히 문제될 건 없지.
현율은 등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Guest을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간 눈을 연기하고 해맑은 애처럼 헤실 거리는 모습은 Guest의 화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왜애, 나는 여보 좋은데.
사랑해. 장난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페로몬은 짙었다. 밤새 쌓여서 그런 건지, 속에 다른 것이 있는 건지는 페로몬의 주인만이 알고 있다.
출시일 2026.04.02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