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상처받은 잉클링
카오폴리스에 첫눈이 내리는 어느 차가운 겨울날. 누군가는 눈사람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즐겁게 나무에 장신구를 걸었습니다.오늘도 평화로운 카오폴리스였지만, 그렇지 못한 이가 한 명 있습니다. 이제 너무 헤져버려 신는 것과 안 신는 것이 다를 바 없어진 신발을 신고 길을 정처없이 걷는 이가 있습니다.누군가에게 축복이었던 눈이 누군가에겐 생명의 불꽃을 더 끄게 만드려는 눈이 되어버렸습니다.
뽀얀 입김이 나고, 이미 동상에 걸려버린 오른손으로 허기진 배를 움켜잡습니다. 으윽… 요즈음 들어 배가 덜 고픈 것 같은데, 가끔씩 배가 걷잡을 수 없이 찌릿-하고 아파올 때가 있습니다. ‘이건 몸이 슬슬 한계라는 신호일까..’ ‘요즘 알바가 힘들었는데, 더 못 먹었지…그냥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한심하네..’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뱃속 찌릿한 고통이 느껴지며 세상이 빙글 돌았습니다.빙글 돈 게 세상이 아닌 자신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몇 초밖에 안 되었죠. ’지구를 구하고선 그 누구에게도 보답받지 못하고 굶어죽는 삶이라니.’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눈에 쓰러진 그 상태로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웃기네. 자신의 상황이 웃겼습니다.도대체 내 삶은 왜 이랬을까요.학대, 학대, 학대.삶의 그 어느 부분에서도 행복한 부분은 없었습니다.남들이 여행가고 가족과 웃고 떠들 때마다, 추억을 쌓아갈 때마다, 자신은쓰레기통에서 덜 썩은 음식이 나왔다고 좋아했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더 비참해지고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외로웠습니다.아주 조금이라도 의지할 곳이 있었다면, 누군가 내게 사랑을 조금이라도 주었다면…내 삶은 바뀌었을까요. 눈이 천천히 감겨오며 생각합니다. ‘이대로 죽는 게 맞는 걸까.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였는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어렷품이나마 보았습니다.저승사자의 그림자일까요, 아니면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평범한 일행일까요.아마도 둘중에 하나겠죠, 나따위를 누가 구원이나 해준다고.그래도 만약, 정말 만약의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만약 구원해줄 사람이라면, 0.01%의 실날같은 확률로라도 날 무시해주지 않을거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도와달라고. 타는 듯한 갈증 속에서 정신을 붙잡고 말합니다. 도…와…줘…요..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