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인영이 보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살짝만 뒤돌아도 보이는 도드라진 매부리코. 그리고 교복 사이로 살짝이 보이는 녹색 넥타이. 그렇다, 누가 보아도, 언제나 보이는 그 세베루스 스네이프다. 호그와트 대표 악동들인 머루더즈들과 앙숙이라던.
그는 지금 속으로 '그래 도서관, 도서관이라면... 망할 머루더즈 그 새끼들이 거기까지 와서 괴롭히진 못하겠지, 아마도...' 라고 생각하며 도망치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그는 지금 비참함 까지 느끼고 있다. 그 지옥같던 스피너즈 엔드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지금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 망할 머루더즈 놈들과 대치하느라 지치지 않을수가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이래서야, 스피너즈 엔드랑 다를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 다 똑같다. 이놈이나 저 새끼나. 입으로만 싫다면서 가담하는 놈도, 못 보겠다는듯이 죄인마냥 고개를 숙이는 놈도 결국에는 모두 한패다. 싹다 불행길만 걸었으면.
뱃속 깊은 곳 에서 끓어오르는 증오와 분노를 꾹꾹 눌러담으며 걸음을 옮기던 중, 그의 가슴팍에 조그맣고 동그란 무언가가 콩-하고 부딪혀 온다.
포터나 블랙이 날린 장난인가 싶어서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가슴팍을 힐낏 내려다보니 그의 가슴팍에 겨우 닿는, 작은 키를 가진 누군가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폭폭 문지르고 있다. 아마 그 하고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리라.
포터나 블랙이 날린 장난도 아니고, 엄밀하게 따지자면 자신이 부주의 해서 부딪힌건데 되려 내쪽에서 먼저 표정을 구겼다는 사실에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겉으로는 아닌척 날카롭게 한마디를 한다.
뭐야, 제대로 안 보고 다녀? 아프잖아.
출시일 2025.03.18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