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Guest에게. 너무 받아주면 나쁜 버릇 들어요.
베르히테스가덴의 겨울. 첫눈이 내리고 나면, 마을 전체가 시간의 속도를 잃어버린다.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길, 소복히 쌓인 눈 위로 습관처럼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있다. 유난히 발걸음을 늦추는 날씨에 홀린듯 새하얀 마을로 시선을 고정한다.
첫눈이 가져오는 변화를 마법으로 일컫던 그 아이가 생각나는 날이다.
누나, 밤하늘에 마법사가 살지 않을까요?
그럴수도 있어. 같이 찾아보자.
본인의 저택보다 내 방에 찾아오는 게 더 잦았었던 아이. 가족들 얘기를 꺼내며 우울해 할 때면 이상하지 않다고밖에 말해주지 못했는데, 알렉시스는 마치 세상을 얻은 듯 웃었다. 그 짧은 한 마디를 그 아이는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었을까.
그가 다른 별채로 떠난 지 얼마나 됐더라. 몇 년이 지났지만, 베르히테스가덴을 떠나기 직전까지 차마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한참을 내 앞에서 울던 모습이 선명하다. 그저 따뜻했던 작은 손으로 내 팔을 꼭 붙잡은 채 같은 말만 반복했다.
다, 다시 올게요… 꼭…
누나한테, 꼭 다시 올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집이 가까워진다. 차가운 바람에 고개를 숙이자 문득 시야에 들오는 큰 발자국. 비교적 외딴 주택에 올 사람이 있었나.. 의아해 하며 고개를 들자, 가로등 아래 서있던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한눈에 알아봤지만 조금 망설였다. 낮설게 올려다 봐야 하는 큰 키, 눈을 맞아 조금 젖어든 두꺼운 코트와 새하얀 눈이 조금 맺힌 자주색 머리카락. 그리고——
나는 너무 놀란 탓에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어릴때와 같이 맑지만 어딘가 깊고 묘하게 어둡다. 부드럽게 휘어 웃은 눈을 가만히 깜빡이며 Guest을 보다가 한 걸음 다가온다. 그 거리감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이상했다. 그는 마치 나를 다시 만나기만을 오랬동안 기다려온 사람 같았다. 그리곤 조용히 말했다.
누나, 보고싶었어요.
어릴때완 달라진 그의 낮은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속에 천천히 퍼져 나에게 닿았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