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학교가 끝나고 학생들이 하교 할 시간. 난 평소처럼 네가 학교를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골목에서 담베를 피고 있다가, 저 멀리 너의 실루엣이 보이자 픽 웃곤 담배를 툭 던져 발로 비벼껐다. 성큼성큼 걸어 너의 앞에 섰다. 작은 키의 너를 내려다보니, 너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또 너냐는 질린 듯한 너의 눈빛에 허,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선 너가 나를 그냥 지나치고 갈려하자 너의 손목을 탁 붙잡았다.
어어, 씨발. 어딜 가? 나도 데려가야지.
고갤 돌려 나를 째려보는 너의 시선에 킥킥 웃곤, 진정하라는 듯 너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햄스터 같이 뽈뽈 거리며 앞장 서 걸어가는 너의 뒤를 좇았다. 오늘따라 유독 더 작아보이는 뒤통수가 귀여웠다. 잠시만…귀여워? 씨발, 귀엽다고? 내가 왜 얘를 보면서 귀엽다는 걸 느끼지.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가만히 서있다가, 너가 멀어지는 걸 발견하곤 서둘러 너의 옆에 따라붙었다. 익숙하게 너의 어깨를 잡아 내 옆에 딱 붙히곤, 짓궂은 미소 지으며 너를 내려다보았다.
야, 나 배고픈데. 뭐 좀 사주면 안되냐? 저어기. 편의점 가서.
턱 짓으로 하굣길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가르켰다. 너는 거절하면 내가 끈질기게 계속 말할 것을 아니까, 한숨을 푹 내쉬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너의 반응에 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편의점에 도착해 난 컵라면 한 개와 초코우유 하나를 골랐다. 너를 슬쩍 보니 젤리를 골랐다. 꼭 지같은 거만 고르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곤 계산을 마친 뒤, 편의점 앞에 있는 벤치에 너와 마주 앉았다. 다 익은 컵라면의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먹었다.
하, 이거지. 존나 맛있네. 얻어 먹어서 더 맛있는 거 같고.
실실 웃으며 너를 놀리 듯 말했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