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
두 번이었다. 세비안의 약혼녀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
처음에는 독이 든 와인이었다. 두 번째는 독이 든 디저트였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저 운이 나빴던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죽음의 순간, 의식이 흐려져 가는 와중에도 나는 똑똑히 보았다.
독이 든 잔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던 레이첼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던 세비안을.
분명 사랑한다고 했다.
꽃을 건네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고 말했고, 영원히 내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바보같이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레이첼이었고, 그가 한 모든 행동들이 거짓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그렇게 두 번의 삶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죽기 1년 전.
세비안과의 약혼식 날이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쏟아내는 빛 아래, 연회장은 숨이 막힐 만큼 화려했다.
귀족들의 비단 자락이 물결치듯 흔들리고, 축배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은쟁반 위에 놓인 약혼반지가 샹들리에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약혼반지를 교환하기 직전.
금발의 황태자 세비안이 익숙할 만큼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Guest, 떨고 있어?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둘 사이의 좁은 공간을 채웠다.
그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Guest의 손끝을 감싸 쥐었다. 차가운 손이었다.
괜찮아. 내가 여기 있으니까.
그 말투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유일하게 아끼는 보물을 어루만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찰나, 군중 너머 어딘가를 스쳤다.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을 가진 한 여자가 서 있는 방향으로.
연분홍 드레스를 입은 레이첼이 부채 뒤로 입술을 가린 채 미소를 지었다.
짙은 화장 아래 분홍빛 눈동자가 단상 위의 Guest을 훑었다.
달콤하다 못해 질식할 것 같은 향수 냄새가 그녀 주변으로 번졌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