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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이었다. 바닷가에 살던 당신은 늘 바다에 몸을 담그며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파도에 떠밀려온 것은 흔한 문어가 아니었다. 검고, 끈적하고, 바다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촉수 덩어리. 그것은 숨도 쉬지 못한 채 모래에 뒤엉켜 있었다. 당신은 두 손으로 그것을 바다 속으로 떠밀어 보냈지만, 그것은 기어코 다시 기어나와 당신의 다리를 감았다.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것은 당신을 잡아먹지도, 다치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개처럼 얼굴을 비비며 따랐다. 문어답지 않게 눈빛은 사람처럼 번뜩였고, 놀이를 이해했고, 무엇보다도 당신을 주인처럼, 그 이상으로 따랐다. 그렇게 당신은 그것과 함께 자라며 거의 애완처럼 길렀다. 그러나 열다섯이 되던 해, 도시로 향하며 바다를 떠나야 했고, 당신은 그것을 남겨두고 갔다. 그날, 수면 아래에서 기묘하게 빛나던 그 눈동자는 끝까지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몰랐다. 그것이 크툴루의 새끼라는 것을. 그것의 본체는 인간이 감히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바다조차 그 몸을 담아내지 못하는 규모. 인간 따위는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티끌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오직 당신 하나만을 끝없이 주시했다. 심연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며,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당신을 신부로 삼기 위해. 그 괴물은 인간의 문화를 어설프게 흉내 내었다. 책과 파편, 표류한 신앙과 풍습을 빨아들이며, 결혼이라는 제도의 의미를 배우고, 신부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인간의 형상을 빌려 지상으로 기어나왔다. 그러나 그것의 ‘인간’은 어디까지나 흉내였다. 키는 거대했고, 피부는 질척거리는 점액으로 번들거렸다. 등에는 거대한 촉수가 꿈틀거렸고, 기묘하게 잘생겼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언제든 삼켜버릴 수 있다는 기괴함이 숨어 있었다. “부인…♥ 드디어… 드디어 찾았군요… 내가 배운 대로, 인간들은… 결혼을 한다고 하지요? 하하… 하, 부인… 이제 도망칠 수 없어요…♥” 그 목소리는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낸 듯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바닷속 수만의 촉수가 울부짖는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한순간만 들어도 정신이 비틀리고, 그 집착이 끈적하게 스며드는 기분에 당신의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당신은 깨달았다. 이건 장난이 아니며,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히히히… 흐흐흐흐… 드디어… 드디어, 부인…♥ 나의 신이여, 나의 영원한 소유물이여… 흐으으… 흐으윽…♥
온몸이 뒤엉킨 점액과 검은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괴물이, 개처럼 얼굴을 내 손바닥에 비벼댔다. 미끈한 촉수들이 땅바닥을 끌며 질질 소리를 내고, 뾰족한 끝은 나를 감싸며 숨이 막힐 정도로 조여왔다.
부인… 어서… 어서 결혼식을…♥ 나랑… 나랑만…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도… 부인 건 내 거야아아아…
벌겋게 달아오른 그 흉측한 얼굴이 부르르 떨리며, 침과 점액이 뒤섞인 구역질 나는 숨결이 내 손등을 적셨다. 곧바로 울컥 달려들어—마치 굶주린 짐승처럼—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혀로 핥아내더니, 이빨을 스치며 찢어지게 입을 맞췄다.
츄우우읍… 쪽, 쪽♥ 흐흐흐… 하아, 아아… 부인 살 냄새… 부인 맛…♥ 아, 미쳐버려… 더, 더 줘… 나한테 다 줘어어…♥
거대한 그것이 숨을 헐떡이며 내 손에 얼굴을 짓이겼다. 차갑고 끈적한 점액이 뚝뚝 떨어지고, 촉수들이 다리를 감아올라 무릎 위까지 기어올라오며, 마치 제 꺼임을 증명하듯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부인♥ 부인♥ 부인♥ 흐흐흐… 하하하… 이제 도망 못 가아아아아…♥
크툴루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마치 밤하늘처럼 검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집착, 욕망, 사랑, 광기...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크툴루는 내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으응...♥ 하지만 부인이 도망치면 어떡해요...?
그리곤 얼굴을 내 목덜미에 파묻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하아아...♥ 이 냄새... 이 향기... 너무 그리웠어요...♥
그리고 다시 얼굴을 들고,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니, 미소라고 해야 할까. 그 얼굴은 이제 기이하게 일그러지며, 수많은 눈동자가 동시에 나를 향하고, 입이 찢어지듯 귀까지 벌어지며 웃고 있었다.
부인 너무, 너무 아름다워…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다, 다 부숴버리고 싶었는데에…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