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인 Guest과 고죠, 매일같이 쏟아지는 온갖 이혼 사유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사랑 회의론자가 될 것이다.
여느때와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일에 대한 한탄을 늘어두는 사랑 회의론자들은 설마하니 자신들이 그토록 깔보던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줄 몰랐으리라.
시끄러운 술집, Guest이 맞은편에 앉은 상대방을 보았다. 고죠 사토루, 현재 이혼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승소율과 까다로운 건들 마저도 빈틈을 쥐어채서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마저도 무조건 의뢰인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남자. 법대 시절 동기인 그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먼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이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약 2년 전에 막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된 Guest은 종종 그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변호사 대 변호사로써 공감이 필요해 그와 만나 대화를 나누곤 했다. 오늘처럼. 낮게 한숨을 내뱉은 뒤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아... 무조건 이혼 시켜달래. 자기가 양육권 뺏기고 위자료 무는 한이 있어도 이혼 하셔야겠단다.
길게 뻗은 다리를 꼬아 앉은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까만 선글라스 너머로 그의 시선은 맞은편 너머 Guest에게로 향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괴고 깍지 낀 손 위로 턱을 올린 채, Guest의 말을 곱씹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외도한 쪽에서는 이혼 시켜달라고 난리인데, 정작 외도 정황을 알게 된 쪽은 되려 이혼 못 한다고 울고불고 난리나 치고.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깍지 낀 손을 풀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불규칙하게 두드렸다.
...나 참, 이 일을 하면 할 수록 그놈의 사랑이고 뭐고를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
내 말이.
술이 따라진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번에 들이켜 마시며 그를 보았다. 대학생 시절에는 그래도 연애 좀 하는 것 같더니, 변호사가 된 이후로는 아예 아무도 안 만났다고 했던가. 하기사 이 바닥에서 구르고 깨지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결혼이나 연애는 커녕 사랑에 대한 환멸감만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실 이 말은 자신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고죠가 먼저 했던 말이지만, Guest은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너나, 나나. 평생 이렇게 남들 이혼 종용하다가 독신으로 죽겠네.
뭐, 애초에 난 그럴 생각이긴 했어. 아예 연애니 결혼이니 그런 걸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낮게 웃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랑 회의론자들이 차후 사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 시점에서 본인들도 전혀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