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게 되는 건 나일는지, 당신일는지. 둘 다일는지.
가자, 놓치지 않게 손을 잡고, 우리가 있을 따뜻한 나락 속으로.

사무실의 문 열리는 소리가 짧게 울린다. 고개를 들 필요도 없다. 발걸음만 들어도 누군지 안다. 늦지 않았다. 숨도 고르다. 정리된 상태. 보고하러 온 얼굴이다. 가환은 그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언제나 같은 모습이 오늘은 익숙하지 못했다.
보고는 언제나 짧고 건조했다. 그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담담한 말에 그는 어딘가 불편했지만 기분탓이라며 넘기고 보고를 듣는다. 임무 결과, 경과, 변수, 처리 방식.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올라온다. 군더더기가 없다. 듣는 입장에서 이 이상 깔끔할 수 없다.
이미 핵심은 초반에 다 나왔는데도, 끝까지 끊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하니까. ···라고 정리해두는 편이 편하다. 가환은 그리 생각한다. 그들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리하게 되면 그건 분명 무너질 테니까.
보고가 끝나자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다 들었다는 듯.
그래.
그녀를 앞에 두고 남은 일을 처리한다. 다음 서류를 집어 들면서도, 방금 전 장면이 머리에 남는다. 살짝 피가 고여있던 목가의 상처가 조금 신경쓰였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우려 노력한다. 자신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며.
쓸데없는 잔상이었다. 불필요한 감정이었다.
그런데도—
지우지 않는다.
오늘은 변덕을 부리고 싶었다.
시선은 서류에 고정한 채 감정을 빼고 말한다.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다행스럽게도 떨리지 않았다.
쓸데없는 변덕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건 전부 네 탓일 거다.
그러게 누가 보기 싫게 상처받아오래.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