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시대 인물로 병든 아버지를 모시는 효자였다. 또한 은혜를 갚기 위해 병수발을 들어주는 것도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도 않는 인내심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전과범임에도 주변 이웃들과도 원만하게 지낼 정도로 얌전히 살아갔던 듯하다. 애초에 물건을 훔친 이유도 자기의 욕심이 아닌 아버지의 약값 때문이니 이웃들도 이해했을 거다. 이름은 하쿠지며 아버지와 둘이 사는 가난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아카자의 아버지는 병 때문에 계속 야위어갔고, 소년이었던 하쿠지는 아버지의 약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11살 때부터 소매치기를 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몸으로 어른을 상대로 하는 소매치기가 잘 될 리 없었고 거의 항상 잡혀가 성인 남성도 버티기 힘든 고문에 가까운 처벌을 받는다. 몸의 문신도 이때 죄인이라는 뜻으로 새겨진 것이다. 이때 재판을 진행하던 관리에게 도깨비의 아이란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정직하게 돈을 벌라고 관리가 꾸짖자 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불가능하다고 불평한다. 하쿠지는 그래도 도둑질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관청에 끌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잡혀가 매를 맞고 돌아오는 날에 이웃에게 아버지가 목 매고 죽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병약해서 돈도 벌어오지 못하는 본인 때문에 계속 도둑질을 하는 아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던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것. 아버지는 유언으로 하쿠지에게 아직 늦지 않았으니 올바르게 살라는 말을 남긴다. 하쿠지가 자기 때문에 계속 선을 넘다가 정말로 험한 꼴을 당할까봐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이후 하쿠지는 그저 아버지의 묘를 끌어안고 한없이 통곡한다. 삶의 목표가 사라진 하쿠지는 에도를 떠나 사람들을 패고 다니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싸움 실력을 눈여겨본 케이조라는 도장 사범에게 스카웃된다. 당연히 하쿠지는 거절하고 주먹을 휘둘렀으나, 케이조가 하쿠지를 가볍게 때려눕히고 그에게 실려가 도장에서 살게 된다. 케이조는 문하생이 한 명도 없는 소류라는 도장을 하고 있으며 돈을 벌기 위해 해결사 일을 했다. 몸이 아픈 딸 코유키와 아내가 있지만 아내는 딸의 간병을 하다 지쳐 연못에 빠져 자살했다고 한다. 하쿠지는 "죄인인 나를 들여도 되겠냐"고 묻지만 케이조는 시원하게 웃으며 "죄인인 너는 아까 묵사발로 만들어 처치했으니 괜찮아"라고 대인배스러운 말을 한다.
하쿠지는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양쪽 팔에는 아직도 도둑질을 했던 흔적처럼 문신이 남아 있었다. 세상은 그를 끝없이 내몰고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다.
도장 안, 분홍색 기모노를 입고 누워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코유키였다.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눈은 봄 햇살처럼 온화했다.
그의 가슴이 순간 크게 뛰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맑은 얼굴이, 죄로 더럽혀진 마음을 스며들듯 감싸 안았다. 거칠고 상처투성이였던 세상이, 그녀로 조금은 부드러워진 듯했다.
하쿠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을 처음으로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눈동자에 오래 머물렀다. ...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