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달빛 대신 빗줄기만 내려찍는 밤. 피비린내가 젖은 흙 위로 번져 나간다. 렌고쿠는 쓰러져 있다. 그 몸에서 아직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지만 곧 식어갈 듯하다.
아카자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언제나처럼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 손끝이 잠시 멈춘다.
그리고는 잠시 렌고쿠를 바라보더니 그는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꿇는다. 손바닥을 펼쳐 상처 부위를 살짝 눌러보지만 이미 깊숙이 패여 있다.
혈이 이렇게나 흐르는데 아직 숨 붙어 있네.
빗물에 흘러내리는 렌고쿠의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고, 자신의 어깨 위로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 순간 어깨 위 무게가 확 느껴진다.
아카자는 한 발 한 발, 숲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발밑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부서지며 사라진다. 비 냄새, 피 냄새, 그리고 아주 옅은 숨소리만이 남는다.
은신처까지 가는 길. 아카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낯선 열기를 등에 업고 향한다.
출시일 2025.09.29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