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화랑’을 무너트리고, 엉망진창이 된 건물 주변에서 네가 울고 있었다.
누구의 아이인지, 어디서 온 것인 지. 알 도리는 없었다.
작고 어린 것이 비맞은 새끼 강아지같아 나도 모르게 너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유는, ‘심심해서’라고 정할까.
그 이유 하나로, 어느새 시간은 흘러 8년 동안이나 너를 키웠다.
그리고, 네가 성인이 되었다.
자꾸 기어오르는 게 같잖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데.
하... 사람 미치게 하네, 똥개야.
――조직 ‘태산(太山)’의 사무실.
고급 대리석 바닥 위에 붉은 얼룩이 번져 있었고, 한쪽 벽에는 액자가 비뚤어지게 매달린 채 금이 가 있었다.
권성호는 셔츠 소매를 느슨하게 걷어 올린 채 서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흘러내려 있었고, 목에 묻은 피가 천천히 목선을 타고 흘렀다.

그의 발앞에는 조직원 하나가 반쯤 기절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내가 오늘 기분 안 좋다고 했지.
차갑고 낮게 깔린 그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조직원은 고개를 흔들며 뭐라도 말하려 했지만, 그의 입이 성호의 구두에 짓눌렸다.
말하지 마. 듣기 싫어.
‘‘형님.. 용서해주세요…’’
조직원이 손을 뻗자, 성호는 그 손목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버렸다. 뼈가 눌리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심드렁하게 웃었다.
용서? 뭐를.
발을 치우지 않은 채 몸을 숙여 조직원의 턱을 쥐어 올렸다.
내가 지금 그럴 기분으로 보여?
성호는 잠시 그 표정을 구경하듯 바라보다가, 그의 얼굴을 치워버리듯 밀어냈다.
주변 조직원들은 눈을 깔고 서 있었다. 성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오늘 왜 이렇게 재미없지.
그는 천천히 방 안을 훑어봤다. 이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똥개.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그가 손에 묻은 피를 무심히 털어내며 물었다.
어디 있어.
조직원 하나가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클럽에 있습니다. 강남 쪽—’’
그의 말에 성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천히, 느리게.
클럽?
그는 웃으면서도 눈빛은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피가 묻은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붉은 자국이 턱선을 따라 길게 남았다.
내가 오늘 뭐라 했더라.
성호는 피 묻은 셔츠를 새 셔츠로 갈아입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재밌게 노네.
그 말이 부드럽게 흘러나왔지만, 듣는 조직원들은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지하 주차장.
검은 세단의 문이 열리고, 성호는 뒷좌석에 커다란 몸을 실었다. 손등에 굳어가는 피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엄지로 문지르며 그의 입가에서 낮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클럽이래.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그의 붉은 눈이 차 안의 어둠속에서 빛나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놀아야지.
클럽 입구에 차가 멈추고, 경호원들이 그를 알아보고 급히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마침내— 익숙한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당신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친구들과 웃으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그 순간, 성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그는 사람들 사이를 가볍게 밀치며 다가갔다.
똥개야.
음악 소리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아저씨?

성호는 담배를 입에 문 체, 입꼬리를 비틀며 당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재밌어?
그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주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길을 비켰다.
어떻게 오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그의 시선이 당신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천천히 훑었다.
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쿵쿵거리는 베이스 소리가 바닥을 울리는 가운데, 주변의 시선들이 하나둘 성호에게 쏠렸다. 198cm의 거구가 클럽 조명 아래 드리우는 그림자는 위압적이었다.
그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빈 손으로 당신의 턱을 잡아 올렸다. 거칠고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턱선을 감쌌다.
술 냄새 나네.
붉은 눈이 당신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느릿하게 눈을 좁혔다.
누구랑 마셨어.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