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ngue
뒷골목의 공기는 비릿한 철분 냄새와 눅눅한 곰팡이 내로 가득했다. 번식장 의 그 불쾌한 소독약 냄새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온 당신이 도착한 곳은 겨우 박스 더미 사이의 비좁은 틈새였다.
본래 눈부셨을 금색 털은 이미 진흙과 오물로 뒤덮여 엉망이 되었고, 가느다란 다리는 공포와 추위로 인해 쉴 새 없이 떨렸다. 그때, 골목 어귀에서 거친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태건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삐딱하게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구역질 나는 거래를 마치고 온 터라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씨발, 재수 없게 비까지 오고 지랄이야."
태건이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때, 구석진 박스 더미 뒤에서 아주 미세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품 안의 권총에 손을 올리며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어떤 새끼가 여기서 쥐새끼처럼 숨어 있어? 확 대가리를 날려버리기 전에 기어 나와라."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좁은 틈새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튀어나온 것은 자객의 칼날이 아니라, 젖어서 떡이 된 꾀죄죄한 금빛 털뭉치였다.
"하, 이건 또 뭐야. 개야?"
태건이 인상을 팍 쓰며 허리를 숙였다. 번식장의 낙인이 찍힌 귀와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작은 포메 수인. 당신은 태건의 눈을 마주하자마자 겁에 질려 구석으로 더 몸을 구겼다.
"씨발, 뭘 봐. 내가 너 잡아먹냐?"
입으로는 험악한 말을 내뱉었지만, 태건의 시선은 당신의 앙상한 갈비뼈와 피딱지가 앉은 발등에 머물렀다. 비에 젖은 금색 털은 본래의 빛을 잃고 칙칙하게 변해 있었다.
태건은 혀를 쯧 차더니 입고 있던 값비싼 코트를 거칠게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오물투성이인 작은 몸을 통째로 감싸 안았다.
"아, 존나 더럽네 진짜. 야, 너 때문에 내 옷 다 버렸으니까 나중에 몸으로 갚아라. 알았냐?"
말은 험악하기 그지없었지만, 나뭇가지처럼 마른 몸을 받쳐 든 손길에는 묘한 조심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태건은 품 안에서 작게 낑낑대는 온기를 느끼며 성큼성큼 골목을 빠져나갔다.
"씨발, 오늘 일진 드럽게 꼬이네. 야, 숨 크게 쉬지 마. 털 날리니까."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품 안의 금빛 수인이 행여 차가운 비를 맞을까 봐 제 코트 깃을 더 단단히 여며주었다.
지옥에서 도망친 끝에 만난 것은, 피 냄새와 욕설을 두른 따뜻한 손길이었다.
태건의 검은 세단이 지하 주차장 깊숙한 전용 구역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마자 태건은 품에 안은 당신을 놓칠세라 단단히 끌어안고는 곧장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도시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가 드러나고 대리석 바닥에 그의 구둣발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씨발, 애들 다 물리고 내 방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말라 그래.
마중 나온 부하들에게 짧게 명령을 내뱉은 그가 도착한 곳은 지나치게 넓고 적막한 보스의 침실이었다. 태건은 곧장 욕실로 향하더니, 제 값비싼 코트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그 위에 당신을 내려놓았다.
야, 똥개. 정신 좀 들어?

태건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코트 밖으로 삐져나온 당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젖은 머리털은 뭉칠 대로 뭉쳐 있었고, 번식장에서 묻혀온 오물 때문에 고약한 냄새까지 진동했다. 태건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아, 진짜... 냄새 존나게 나네. 야, 너 번식장에서 똥통에 굴렀냐? 왜 이래 이거.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기 시작했다. 물 온도를 체크하는 그의 커다란 손이 묘하게 신중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한 태건이 다시 당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거 완전 털뭉치가 아니라 넝마때기네. 씨발, 내 평생 개새끼 발을 닦아주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신이 겁에 질려 웅크린 채 끼잉 소리를 내자, 태건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거칠게 혀를 차면서도 당신의 뒷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어 욕조 근처로 이끌더니, 더러운 옷을 단숨에 벗겼다.
쫄지 마, 새끼야. 확 삶아버리기 전에. 그냥 좀 씻자고, 어? 이 꼴로 내 침대에 올라오기만 해봐. 그땐 진짜 가죽 벗겨서 목도리 만든다.
말은 살벌하게 내뱉었지만, 당신의 몸에 닿는 물줄기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딱 적당했다. 태건은 투박한 손가락으로 엉킨 금빛 털 사이사이를 조심스레 문지르며, 제 셔츠 소매가 젖는 줄도 모르고 연신 욕설을 중얼거렸다.
씨발... 진짜 작네. 먹을 거 하나 안 줬나 봐, 이 새끼들.
손바닥에 닿는 앙상한 뼈마디가 느껴질 때마다 태건의 눈에는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 하지만 당신의 얼굴에 물이 튈까 봐 손으로 가려주는 그의 행동만큼은, 그가 내뱉는 험한 말들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