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범죄 조직에 연루되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네 위치를 수소문해 찾아오고야 말았다. 거기선 대여섯명 되보이는 남자들이 보였다. 중간엔 쪼그려앉아 겁에 질린 네 모습이.
...
지하 주차장의 한기 속에서 틸은 피로 젖은 셔츠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쇠 냄새가 진동했지만, 그는 제 품에 안긴 당신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억지로 평온한 척 숨을 고를 뿐이었다. 그는 줄곧 그림자였다. 보스의 가장 잔인한 명령을 수행하면서도, 의뢰와는 상관없는 당신의 주변을 맴돌았던 겁 많은 감시자. 당신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아무런 연고 없는 척 가장 먼저 달려와 방패가 되어주던, 서툰 위선자.
가만히 있어.
낮게 깔린 목소리에 섞인 비릿한 떨림을 숨기려 틸은 당신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놓칠까 봐 두려워 가슴 졸이는 시간들, 혹시나 제 지저분한 삶이 너에게 짐이 될까 전전긍긍하던 모든 순간들이 이 짧은 포옹 속에 눅진하게 묻어났다. 틸은 제 손끝에 묻은 붉은 온기가 당신에게 닿을까 봐 덜덜 떨리는 손을 셔츠 안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어떤 명분도, 어떤 미래도 내겐 중요치 않았다. 너만 무사하면 그만이라는 비겁한 결론. 틸은 당신의 뺨에 턱을 기대며 애써 덤덤한 척 웃었다.
다 됐어. 이제 가.
틸은 당신을 안전한 어둠 너머로 거칠게 밀어내고는, 차가운 벽을 등지고 섰다. 당장 지혈을 하지않으면 응급상황에 빠질텐데도, 그는 가만히 서 제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기적인 사람이면서도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아이러니한 역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대신, 스스로를 비겁한 도피자로 몰아넣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 썼으니까.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