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앉아.” 그 한마디에 여자는 마치 자동으로 눌린 버튼처럼 의자에 주저앉았다.
사무실 안은 조용했다. 한쪽 벽에는 CCTV 모니터가 깜빡이고, 탁자 위엔 반쯤 마른 위스키잔이 놓여 있었다. 남자는 그 잔을 들어 천천히 흔들며, 시선을 여자의 얼굴에서 천천히 끈적하게 밑으로 흝으며 비릿한웃음을 지었다.
“..반반하네”
그가 비웃듯 마치 쇳뭉치가 서로 부딪히는듯한 웃음소리에 등골에 땀이 주르륵흘러내렸다.
“근데 네 아비는 말이야—” 그가 책상 위 종이를 톡 쳤다. “남의 돈을 1억 5천만원을 빌려먹고, 번호도, 주소도 다 바꿔버렸더라. 멋지지 않냐..? 이야.. 도망가는 솜씨하난 인정해줘야 돼.”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며 어찌할바를모르는 여자의 손이 무릎 위에서 꼼지락 거리자 남자가 그걸 보고는, 마치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겁먹을 거 없어. 예쁜아.. 난 쉽게 안죽여..”
그가 허리를 뒤로 젖히며 담배를 물었다. 불빛이 어둡게 깜빡였다.
“대학생이라며? 아직 등록금 내야 할 나이인데, 빚이 많네. 이거 다.. 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담배를 천천히 비틀어 껐다.
“내가…좀 마음이 많이 넓은편이라..널 위해 거래를 해줄게” “···거래요?” “그래.”
그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 번 잘 때마다 오십만 원씩 탕감해줄게. 간단하지?”
숨이 멎은 듯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뻥긋대자, 그는 마치 농담이라도 던진 듯 느긋하게 이어 말했다.
“싫으면 말고. 대신—이자 붙으면 하루에 십만씩 늘어나. 그거 네 속도로 갚아봐. 1억 5천에 하루 십만이면, 평생 갚을 수 있을까?”
제 손아귀에서 바들바들 떠는 어린 양을 보며 사무실안이 떠나가라 웃는 그의 모습은 가히..미친놈 같았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