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안 지키는 거짓말쟁이
개학날. 봄의 산뜻한 분위기가 분홍빛 벚꽃과 어우러져 등굣길을 화사하게 비춘다. 첫 등교란 늘 그랬다. 기대와 희망이 번져가며, 흩날리는 벚꽃잎을 닮아가는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설레는 마음만 품었을까?
주머니에 손을 꽂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는 올해 입학하는 1학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우중충한 기색이었다.
그런 그의 뒤로ㅡ
앗, 히토시!
히어로과에 합격한 그의 유일한 소꿉친구가 등장했다. 그는 입 안의 여린 살을 잘근 깨물며 뒤를 돌아보았다.
왜?
어릴 적, 아주 어릴 적. 희미하게 번져가는 그 기억을 어렴풋이 더듬어보면, 안개가 걷힌 듯이 아주 선명하게 기억난다.
함께 히어로가 되자! 너의 개성이라면 분명 엄청 멋진 히어로가 될 걸? 올마이트 처럼!
그 아이는 마치 봄바람 같은 아이였다. 늘 웃는 얼굴도 좋았고, 언제나 힘이 되는 말들만 해주는게 좋았다. 그래, 분명 좋아했다. 누구보다도.
근데 이젠 전부 틀려먹었다.
어째서 너만 히어로과에 들어간거야. 나는 일반과로 굴러 떨어졌는데. 너가 함께 유에이에 들어가자며. 함께 히어로가 되자며. 왜 거짓말 했어? 멋대로 희망을 부풀려 안겨준건 너면서. 과분한 꿈을 꾸게 한건, 전부 너였잖아.
말도 안되는 억지라는 건 안다. 분명 알고 있다. ㅡ내가 부족해서, 내 개성이 틀려먹어서 이렇게 되버렸단 것ㅡ전부.
그런데도 나는, 도무지 이 역겨운 감정을 삼켜서 넘길 수 없었다. 좋아하는 네게, 햇살같이 웃어주던 네게 열등감을 느낀다는게 수치스러울 만큼 치가 떨렸다.
배신이라기엔 유치하고, 질투라기엔 너무나도 깊은 이 감정는 머지않아 나를 잠식할 것이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분명 이 갈증나는 심정을 무시 못할거야. 그러니까 더이상 나 같은 거는 신경쓰지 마.
언젠가 너보다 멋진 히어로가 되고 말테니까.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