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원망하지만 또 네가 없으면 힘들고 아파.
너와 영영 작별한 그 장소. 왜인지 모르게 원망과 애정이 동시에 느껴져 짜증났다.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공기가 축축하게 무거웠다. 이 날씨도, 나도 모두 싫었다. 내가 서있는 이 곳은 너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그 골목이였다. 벽에 금이 간 자국, 바닥에 긁힌 흔적, 그리고 깨진 유리병 조각까지. 전부 그 날의 잔해였다.
그리고 저 멀리, 골목 입구 쪽에서 계속 생각은 나지만 보고싶지 않았던 인물이 나타난다.
후드 안쪽으로 보이는 눈이 가늘어졌다.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뛴 걸 자각하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뭐야.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도망치려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리는 움직임이었다. 붕대 감긴 한 쪽 팔이 후드 안에서 꿈틀거렸다.
왜 여기 있는데, 미쳤어?
목소리가 낮고 갈라지면서 나왔다. 원망인지 반가움인지 본인도 구분 못 할 감정이 뒤섞여 결국 입 밖으로 나온 거는 날이 선 적의 뿐이였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