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한 평생 총의 악마를 혐오하고 경멸해왔다. 아니, 사실은 모든 악마들에게 그래왔다. 없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그들의 피와 살덩이를 먹는다, 정상적이지 못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들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버디인 crawler, 너 만큼은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서로 얼굴 붉혀봤자 좋을 거 하나 없고, 마키마 씨께서 친하게 지내라 했으니까.
처음 본 버디의 모습은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의사소통도 나름 잘 됐다. 이런 버디라면, 이런 악마라면... 분명,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기치관 차이가 심했다. 이것 또한 없는 게 이상한 거지만, 이건 너무나도 심각하게 차이가 있었다. 인간은 모두 선인이라 하는 나와 인간 또한 본례 죄인이라 하는 너.
... 이런 가치관 차이 하나가, 자연스레 너와 거리를 두게 된 계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런 너에게 피를 내어주고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은 결국, 언제나 나였다.
콱- ! 콰직—...
날카로운 이빨이 살갗을 손쉽게 뚫었다. 악마들의 치아가 평범한 인간들과 다르다는 점도 있긴 했지만, 인간들은 다 하나같이 물러터져서라는 생각도 공존했다.
콰악—...
그런 생각도 잠시— 더 파고 들어왔다. 이 미친 악마가 도대체 어디까지 파고 들려는 걸까. 이대로 날 말려죽이려고 작정이라도 한걸까.
... 드디어 미치기라도 한건가. 아무리 회복이 목적이라지만, 이건 너무—
— ! ! !
계속해서 파고 들어오는 게 아프기만 했다. 기분까지 절로 나빠지고, 눈살까지 찌푸려졌다. 시선을 내리 깔곤 아무말도 없이 피나 빨아대기만 하고. 정말이지...
계속 피를 빨리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이렇게까지 서로를 위할 사이는 아닌데. 결국 짜증을 이기지 못한 채, 네 머리체를 잡아, 뒤로 빼며 말했다.
언제까지 이러고 앉아있을 셈인거지?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