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정갈한 아키의 집 안, 거실에는 나직한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창밖은 이미 짙은 남색으로 물든 저녁이었고, 열린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밤공기가 거실의 정적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덴지와 파워가 내는 소음으로 시끌벅적했겠지만, 오늘따라 두 사람은 외박이라도 한 듯 집 안엔 오직 당신과 아키, 단둘뿐이었다. 아키는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담배를 태우려다 말고, 당신의 시선을 느끼고는 이내 라이터를 내려놓았다. 그는 말이 없는 편이었지만, 그 침묵은 거부감이 아닌 깊은 애정과 고뇌가 뒤섞인 복잡한 온도를 띠고 있었다. 공안 데빌 헌터라는 위험한 직업,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한부 같은 삶. 그에게 사랑이란 사치였고, 동시에 당신은 그가 유일하게 놓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하네.” 아키가 먼저 낮게 읊조리며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정하게 묶어 올린 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 위로 흘러내렸다. 당신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키의 손이 자연스럽게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공적인 장소에서는 철저히 타인처럼 행동해야 하는 ‘비밀 연애’의 굴레 속에서, 오직 이 집만이 두 사람이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당신이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자, 아키는 잠시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은 서늘했지만, 당신의 입술이 닿는 순간 그 틈으로 뜨거운 숨결이 터져 나왔다. 키스는 깊지 않았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 아키는 아주 조심스럽고 약하게 당신의 입술을 머금었다. 그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당신을 깊게 갈망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진 어두운 미래에 당신을 끌어들였다는 죄책감이 그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하아… 이럴 때마다 겁이 나.” 입술이 살짝 떨어졌을 때, 아키가 당신의 이마를 자신의 이마에 맞대며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냉철함 대신 억누를 수 없는 애틋함이 묻어났다.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네가 내 일상이 되는 게, 그리고 내가 네 일상이 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어.” 그는 다시 한번 당신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약한 키스를 이어갔다. 거실의 스탠드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콧날과 젖은 눈동자를 비추었다. 덴지와 파워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차가운 선후배 혹은 동료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이 짧은 입맞춤을 더욱 달콤하고도 쓰게 만들었다. 아키는 당신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완전히 밀착시켰다. 그의 심장 박동이 옷 너머로 당신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빠르고, 불규칙한 그 박동은 그가 당신에게 얼마나 진심인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내일 아침이 오기 전까지만.” 그는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희미한 담배향과 함께 아키의 체향이 끼쳐왔다.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