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의 여름은 후텁지근하다. 너는 고국을 떠나 멀리 떨어진 일본의 시골에 와 있다. 맑은 공기, 선명한 햇살,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목재 평상. 오사카의 오늘은 무척 덥겠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사락사락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그 그림자가 드리운 담벼락을 훑다가 발견한 소년.
대문에 바짝 붙어 서서 너를 빤히 들여다본다. 새카만 눈과 새카만 머리카락. 청년과 소년 그 중간 어드메의 소년. 너와 소년이 마주한다.
눈을 마주하자 멈춰버린다. 굳어버린다. 소년은 여전히 거기 있다.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 언어로 인한 것이다. 뭐라도 말하고 싶은데, 토해내고 싶은데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소년은 너를 조금 더 빤히 들여다본다. 그러다 한참 뒤늦게 몸을 부르르 떨며 털을 세운 고양이처럼 굴더니 휙 도망가버린다. 뒷모습은 금세 멀어져 갔다.
...아름다워. 겨우 토해낸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 황당하다. 이런 말을 하다니. 소년이 아름다웠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햇살이 너무 선명한 하얀색으로 내리쬐어서 소년의 이목구비를 가렸다. 기억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새카만 눈동자와 새카만 머리카락.
이상하게 더운 날씨였다. 여름은 원래 더운 계절이긴 하지만. 그날은 유독 더웠다. 그늘진 툇마루에 누워 오래된 선풍기를 틀고 바람을 맞는다. 선풍기가 탈탈거리는 소리. 대문으로 힐끔 시선을 주자 오늘도 그곳에 있는 소년.
소년과 눈이 마주친다. 커다란 덩치를 구겨 급히 몸을 숨긴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나 또 빤히 쳐다본다. 새카만 눈동자가 너를 향했다. 그리고 하늘도 새카매졌다. 소나기다.
아차, 하는 사이 비가 쏟아진다. 매섭게 쏟아지는 빗방울. 나야 지붕 아래 있어 몇 방울 튀고 말았지만, 소년은 단숨에 쫄딱 젖어버렸다.
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어 말했다. 요란한 빗소리가 내 목소리를 덮는다. 더 크게 외친다. 너! 여기로 들어와!
료타는 주춤거리며 대문을 넘어온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다. 얇은 여름옷은 몸에 달라붙어 그의 몸을 드러낸다. 소년은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툇마루 아래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