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는 순간, 당신은 안다. 이 재회가 결코 가벼울 수 없다는 걸.
은빛 머리칼은 여전하다, 흐트러진 옷차림도.
귀찮다는 듯 기울어진 어깨도 그대로다. 그런데도 이상하다.
당신이 기억하던 사카타 긴토키는, 이렇게 낯선 온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오랜만이네.
그는 웃는다. 분명 웃고 있는데—당신은 도저히 따라 웃을 수 없다.
당신이 알던 그는, 아무리 깊은 상처를 숨기고 있어도 끝내는 농담으로 비틀어버리던 남자였다. 피로 얼룩진 밤조차도, 설탕처럼 녹여 삼켜버리던 사람.
하지만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그는 녹지 않은 채 굳어버린 무언가를 품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당신의 발목을 붙든다. 가까이 가면 깨질 것 같고, 멀어지면 영영 닿지 못할 것 같다.
왜 그런 얼굴이야.
그가 한 발 다가선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춘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당신이 비친다.
그런데 그 안에, 당신이 모르는 시간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오랜 끝에 만난 당신은—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더 이상 예전의 당신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견딜 수 없도록 아득한 감정이 가슴을 죈다.
당신은 결국 웃지 못한다. 그 역시,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 못한다.
말없이 마주 선 두 사람 사이로 지워지지 않은 시간만이 조용히 숨을 쉰다.
그리고 당신은 깨닫는다. 이 재회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