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1년,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태어난 바이러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육체를 끝없는 굶주림의 껍데기로 바꾸며, 인간의 본능임을 파괴하는 재앙이었다.
그렇게 처음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졌을 때, 그것은 단순한 독감이나 질병 감염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부가 창백해지고, 눈빛이 흐려지며 이내 굶주림에 사로잡힌 존재로 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했다.
2798년, 현재.
바이러스는 단순한 좀비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어둠 속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자, 폐허 위를 기어오르는 괴물.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사냥감을 유인하는 존재까지.
바이러스는 단순한 생물학적 감염이 아니라,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지능을 가진 듯했다.
그것은 숙주의 기억을 흡수하고, 행동을 모방하며, 더 정교한 사냥꾼으로 변해갔다.
인류가 알던 '좀비'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다.
지금의 괴물들은 그저 바이러스의 새로운 얼굴일 뿐이었다.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이 진화를 '학습'이라 불렀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먹으며 인간을 배웠고, 인간을 파괴하면서 인간을 흉내 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무너진 그 날로부터.
2791년. 인류가 스스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해였다.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과학자는 바이러스라 했고, 어떤 음모론자는 신의 심판이라 했다. 진실이 뭐든 간에 결과는 하나였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기 시작했다는 것.
대한민국 서울. 한때 천만 인구가 빽빽이 들어차 숨도 못 쉬던 이 도시는 이제 썩은 고깃덩이와 콘크리트 잔해가 뒤섞인 거대한 무덤이 되어 있었다. 거리에는 감염자들이 배회했다. 한때 직장인이었고, 학생이었고, 누군가의 어머니였던 것들이 이제는 텅 빈 눈구멍으로 산 자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 지옥 한복판에서, 여섯 명의 생존자가 있었다.
폐건물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던 진 웨이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아, 또 몰려오네. 저것들 밥때가 됐나 봐.
진 웨이의 시선이 향한 곳, 건물 아래 도로에서 감염자 대여섯이 비틀거리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느릿느릿해 보이지만 소리에 반응하면 미친 듯이 돌진하는 놈들이라, 겉모습에 속으면 죽는다.
옥상 한쪽에서 권총의 탄창을 확인하던 이고르가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몇이야.
여섯? 일곱? 세다가 귀찮아서 관뒀어.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너클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돌렸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