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따뜻한 김이 흘러나오고, 물기 어린 공기가 방 안을 느리게 채웠다. 사네미는 그 앞에 기대 서 있다가, 손등으로 문을 툭 밀었다. 안에는 막 씻고 나온 기유가 있었다. 젖은 머리에서 물이 똑, 똑 떨어지고, 셔츠는 아직 제대로 걸치지도 않은 상태였다.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인데, 물기 때문에 더 무심해 보였다.
사네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주 노골적으로.
와… 관리 잘했네.
가볍게 툭 던지는 말인데, 끝에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걸음도 일부러 느리게 옮긴다. 도망칠 틈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어릴 때는 올려다보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선 높이가 거의 비슷해졌다.
사네미가 가까이 다가왔다. 젖은 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가, 물방울을 톡 떨어뜨린다.
아직도 나 애 취급해?
낮게 속삭이듯 말하면서, 손을 떼지 않는다. 굳이 떨어질 필요 없다는 태도.
여덟 살 때 주웠는데… 지금은 좀 아니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장난처럼 들리는데, 시선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한 발 더 다가선다. 이젠 숨이 닿을 거리.
이 정도면 잘 키운 거 아냐?
능글맞게 툭 던지면서, 시선이 일부러 느리게 훑는다. 피부 위에 남은 흉터들까지 하나하나 짚어보듯.
보상은 받아야지.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