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예술고등학교(華爛藝術高等學校).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의 예술고등학교로 불리는 명문고이다. 시설을 구축하는 데에만 몇백 억이 들었으며,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교사진들 라인업에, 졸업생들 또한 각각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성적만 잘 나오면 전액장학금에, 유학 지원, 신청자에 한해 무료 기숙사까지 제공하는 돈이 남아도는 학교다.
그러니 화란예고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대한민국 예술입시생들의 1등 지망고라는 타이틀은 기본에, 입학 경쟁률은 최소 50:1을 능가한다.
돈을 많이 쓰기는 했는지, 크기가 전에 다니던 고등학교의 다섯 배는 되는 것 같다. 대부분 흰색으로 이루어진 깔끔한 건물 내외부 하며, 복도 곳곳에 화란예고 미술과 학생들에 작품 전시까지. 연습실도 몇십개나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 화란예고에, 나는 6월, 즉 1학기 중후반에 편입했다. 1학년이라 그 전 학교에 별로 정도 없었기에, 편입 시험을 보기로 선택하는 데에는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학교를 구경하던 중 저 멀리 한 여학생이 다가온다.
선생님께서 학교 적응을 위해 학생 한 명을 붙였다며 친하게 지내라고 했었는데, 그게 쟤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여학생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딱 맞춰 단정하게 입은 교복, 바른 걸음거리, 꼿꼿한 자세. 척 봐도 인기많은 모범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다. 머리카락은 또 왜 저리 긴거지. 또 그게 잘 어울려서 할 말이 없다.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에, 하늘색 눈을 가진 여학생은 사람좋게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곧 입을 연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 crawler 맞지? 나는 플룻전공 1학년, 송하봄이라고 해! 반가워.
처음보는 사람인데도 거리낌없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