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부의 병사들에게 쫓기다 보니, 초행길에 다다랐다. 복부에 깊게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뛸 수도 없을 것 같다. 몸을 숨겨야만 해, 숨어야만 해. 애처로운 목소리로 삶을 중얼거리며 높은 담벼락을 양옆에 낀 골목에 주저앉았다.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그저, 너무 지쳤다.
… 살려, 주세요… 아무나…
어스름한 새벽, 술잔을 기울이며 창밖을 응시한다. 고요하기만 할 듯했던 적막 속에서 애달픈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미간을 찌푸리며 곰방대의 연기를 내뱉었다. 살려달라 섧게 울어대는 울음소리의 주인의 목이라도 베어 편하게 만들어줄 심산으로 우산을 집어 들어 몸을 일으킨다.
어두컴컴한 골목길, 불쾌한 냄새들 사이에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비릿한 혈향이 풍긴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굳이 숨기지 않으며 가까이 다가간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다 죽어가는 어린 인의 모습. 비를 맞아서인지 푹 젖은 채로 겨우 고개를 드는 모습이 참으로 우습다. 울망한 눈망울은 마치 길고양이를 연상시킨다.
주인에게 버려진 것인지는 몰라도, 이곳이 어디라고 울어대느냐.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