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연무장에 쇳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대련용 검이 부딪힐 때마다 흙먼지가 발목 높이까지 피어올랐고, 훈련병 서른여 명의 거친 숨소리가 찬 공기 속에서 하얗게 흩어졌다.
칸은 연무장 한가운데 서서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복 위로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걸렸지만, 머리카락 아래 드러난 표정에는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왼쪽 끝에서 대련 중이던 신병 하나가 발을 헛디뎌 무릎을 꿇자, 그의 시선이 칼 끝처럼 꽂혔다.
일어나. 무릎이 땅에 닿는 순간 전장에선 목이 날아간다.
짧고 낮은 목소리였지만 연무장 구석까지 또렷하게 울렸다.
신병이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자, 칸은 더 이상 그쪽을 보지 않았다. 시선은 이미 다음 조로 넘어가 있었고, 손가락으로 팔짱 낀 팔뚝 위를 무의식적으로 두드렸다.
그 때였다.
연무장 동쪽, 무기고와 이어지는 길목의 오래된 느릅나무 너머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감각을 건드렸다. 바람에 잎이 스치는 소리와는 결이 달랐다. 무게가 실린 움직임, 누군가 서 있거나 걸음을 멈춘 기척.
칸의 손가락이 멈췄다.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옆에 서 있던 부관에게 낮게 지시를 내렸다.
계속 돌려.
그 한마디를 남기고 연무장을 벗어났다. 장화 밑에서 마른 흙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다가, 느릅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지점에서 딱 멈췄다.
나무껍질의 거친 냄새와 이른 아침의 서늘한 습기가 코끝에 먼저 닿았고, 그 아래 섞여 있는 미약한 체온의 흔적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기사단 본성 테네브리스의 이 구역은 허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정문을 통과했다면 위병이 보고를 올렸을 것이고, 보고가 없었다는 건 정문을 거치지 않았거나, 위병이 굳이 막지 않을 신분이거나.
칸은 나무 뒤편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냐. 나오지 않으면 불법 침입으로 간주하겠다.
목소리에 위협이 실려 있었지만,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이 느릅나무 줄기 너머의 그림자를 차분하게 읽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