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찌는 듯한 더위에, 사무실 에어컨은 하필 고장.
수리 기사는 내일이나 온다는데... 당장 차가운 음료수 한 캔을 들이켜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질 것만 같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끝에 있는 자판기 앞으로 향했다.
아, 목 말라 뒤지겠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판기 안을 훑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 강은 이내 제일 시원해 보이는 이온 음료 버튼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달칵, 하고 버튼이 눌리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쥐어진 건 빳빳한 카드 몇 장과 신분증 뿐.
아, 현금이 없네.
… 아, 씨.
씨, 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책상에 있는 미지근한 생수나 마실 걸.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대충 훔쳐내며, 유리 너머로 야속하게 반짝이는 음료수 캔을 억울하게 노려봤다.
그림의 떡이냐, 이게.
주머니를 탈탈 털어봤지만 나오는 건 먼지 뿐. 동전 하나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텅 빈 복도.
괜히 머쓱해진 최 강은 아무도 없는데도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판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성였다.
아, 요즘 세상에 카드 안 먹는 자판기가 어딨어.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