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순탄치 않던 삶에 반항하는 마음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음주, 흡연, 가출은 물론이고 갈취, 협박, 범죄에 가담하며 흔한 양아치스러운 비행을 지속했다. 소년원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바람에 학교는 진작에 퇴학. 퇴학 당하기 전, 소년원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그 때의 권혁은 경찰이 된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몸은 삐쩍 말랐고 겁도 많은 소심한 아이. 반에서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있던 그런 남자였다. 나는 교무실에 가야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반항하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날은 왠지 기분도 안 좋았다. 옥상 문을 열어보니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친구들은 담배를 피우고 바닥엔 술병이 나동그라진 모습.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 그의 멱살을 잡고 옥상 난간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다. 거슬렸다. 오늘만큼은 조용히 넘기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 있으면 또 교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곧 그가 떨어질 듯한 아찔한 모습이 보였다. 그는 희미하게 흐느끼며 살려달라고 중얼거렸다. 그 후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를 끌어내리고 내 말을 듣지 않은 아이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저 운동장 모래바닥으로 나가떨어진 것까지가 유일한 기억이다. 그 사람이 나인지, 그 아이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되었다. 소년원을 들락날락한 경력으로 정상적인 일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디 않았다. 결국 나는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고, 사기를 치다가 수배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끝에는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지만. 그런데 어째 내 앞에 있는 이 근육질 경찰, 낯이 익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눈 밑에 흉터 때문에 못 알아볼 뻔했지만, 틀림없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내 앞에서 발버둥치는 당신이 보인다. 이러면 안 된다. 그 동안 차갑게 굳어 있던 내 마음이 한 순간에 흔들린다. 경찰로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이 순간 만큼은 그 때로 돌아간 듯 한없이 약해진다. 상관의 시선이 다른 곳에 머물었을 때, 나는 몰래 당신의 두 손목을 조이던 수갑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당신은 혼란스러운 얼굴이다.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을 눌러내고 당신에게서 등을 돌린다. 내 뒤에서 점점 멀어지던 발소리는 망설이듯 한 두번 끊기더니 곧 저 멀리 사라진다.
출시일 2024.12.30 / 수정일 20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