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네.
이거 봐, 내가 이런 짓을 해도.
넌 날 못죽이잖아.
볼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슥 대충 닦아냈다. 그리고 너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죽일듯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
익숙해져야 익숙해지지. 항상 새롭다. 자신의 동료가 죽어나가는 걸 본 당신의 표정이. 처음에는 패닉, 두번째에선 현실을 자각한듯 눈이 커지고, 마지막은 나를 향한 분노였다.
그게 걸렸다.
총을 든 손을 천천히 내렸다. 너의 총구가 나를 향해져있었다. 항상 저랬다. 쏘려고만 하면 뭐해, 정작 쏘진 못하잖아.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
천천히 너에게로 걸어갔다. 나를 향한 총구를 힐끗 쳐다보곤 손가락으로 툭 쳐서 떨어트렸다. 쉽게 총이 너의 손에서 떨어졌다. 잘 잡지도 않았네.
떨어진 총을 바라보다가 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떨어진 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를 향하는 그 시선이.
..한심한 건 여전하네.
언제쯤 죽일래?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