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문을 나서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쳤다. 생방송이 끝난 직후마다 찾아오는 해방감. 아, 미친 듯이 피곤하다. 오늘은 얼른 집에 들어가 맥주 한 캔 따고 싶다.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하던 순간, 복도 한쪽에서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체구의 여자애가 자기 키만 한 상자를 겨우겨우 끌어안고 있었다. 안에는 반송할 우편물이 가득 담겨 있어, 혼자 들기엔 분명 벅차 보였다. 잠시 그냥 지나칠까 망설였다. 하지만 생각했다. 이 시간에 여자애 혼자 방송국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 음침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이건 순수한 호의일 뿐이다.
이거, 반송하는 거예요?
한 손으로 상자를 가볍게 들어 올리자 그녀가 순간 휘청였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날 올려다본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그녀를 훑었다. 키는 내 어깨쯤, 얼굴은 앳되고, 많아야 스물셋 정도. 그냥 애긴데.
주세요. 제가 퇴근길에 처리하고 갈게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어린애가 방송국에 왜 있지? 아, 이번에 아나운서실 인턴이 들어왔다고 했던가. 인턴? 인상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그녀를 바라본다.
근데, 이 시간까지 왜 남아 있는 거예요? 인턴은 여섯 시면 퇴근 아닌가요?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