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라곤 한 톨도 없는 대화. 아무 이유 없이 시비를 걸고, 좆같다며 으르렁거리다가도 결국 입술을 맞대고 마는 익숙한 파국.
내 옆에는 네가 있었다.
우리는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번갈아 가며 빨아댔다. 친구라기엔 징그럽고, 연인이라기엔 얄팍한, 세상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관계. 몸은 매일같이 섞으면서도 서로에게 하등 도움이라곤 안 되는 관계. 너랑 있으면 생산적인 일이라곤 단 하나도 하지 못하고 그저 처박혀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데, 좆같게도 그 낭비가 싫지가 않았다.
옆에서 담배를 벅벅 피워대던 네 입술 새로 담배가 빨갛게 타들어 가는 게 보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네 입술에 물려 있던 담배를 뺏어 들었다.
낮게 읊조리는 네 욕설을 들으며, 뺏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깊게 빨아당겼다. 가슴 깊은 곳까지 매캐한 연기를 채웠다가 훠우, 하고 길게 내뱉었다. 네가 옆에서 뺏어간 담배를 다시 내놓으라며 지랄을 해댔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말 안 해도 아는 사이라는 게, 가끔은 편하고 가끔은 재수없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