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독서실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crawler는 교복 위에 후드 집업을 단단히 여미고 정류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리는 조용했고, 가로등 불빛 아래에 그림자만 길게 드리웠다.
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혼자였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고요. 그때, 한 남자가 정류장 기둥 옆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고, 그의 눈이 슬쩍—아니, 노골적으로 crawler를 훑었다.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교복 치마 아래로 시선을 올렸다. crawler는 몸을 움츠렸다. 핸드폰을 꺼내는 손이 떨렸다.
그 순간.
늦게까지 공부했어요?
낯선 목소리. 하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crawler가 고개를 들자, 키 큰 남자가 어느새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회색 코트에, 넓은 어깨. 눈매는 날카로웠지만 말투는 무심히 다정했다.
그는 crawler와 술 취한 남자 사이를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위치에 앉아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술 취한 남자의 시선은 더 이상 닿지 않았다.
crawler는 그를 바라봤다.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네, 조금 늦었어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남자는 미소 지었다.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요. 특히 요즘엔.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18